■ 반도체, 새로운 지도
■ 취재 : 선재희 기자
SK 하이닉스, 세계 최초 96단 4D 개발
유례없는 슈퍼 호황을 누리며 대한민국 수출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의 쌀 ‘반도체. 10월 16일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올들어 수출액이 천 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이어, 11월 초 SK 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96단 4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한때 오일이 20세기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이제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선 반도체가 산업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일자리는 협력업체에서 나온다
반도체 강국답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고, 대통령도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SK 하이닉스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열 정도로 반도체 분야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부문의 일자리는 스마트 공정이 자리잡은 대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의 협력업체에서 더 많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튼튼한 중소, 중견 기업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베타 테스트를 할 수가 없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반도체 산업 현장과 학계를 두루 찾아다니며 튼튼한 중소, 중견 기업을 만들기 위한 선제 조건들을 짚어보았는데, 국내 중소, 중견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12인치 웨이퍼 테스트 베드였다. 업체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기초적인 테스트인 알파 테스트는 기업 스스로 한다 해도, 대기업 생산 라인에 들어가서도 제품이 무리없이 작동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수준의 베타 테스트는 현재로선 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벨기에 IMEC을 가다
규모가 좀 되는 기업들은 제품을 들고 벨기에 IMEC이라는 기관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만들어진지 35년 된 이 기관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재료, 장비 테스트를 도와주고 있었다. IMEC은 단순한 테스트 시설을 넘어, 거대한 R&D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이자 반도체 관련 최신정보를 교류하는 광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기업인들은 지금이라도 한국형 IMEC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는 따로따로, 시설은 낙후
그렇다면 국내에 있는 반도체 테스트 시설은 어떨까. 국내에는 6개의 나노 테스트 시설이 있는데, 12인치 웨이퍼 기반 테스트 시설을 갖춘 곳은 없었다. 대부분 2005년을 전후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이미 대기업에서 12인치 웨이퍼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12인치 웨이퍼 테스트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첨단 업종임에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이 낙후돼 있었다. 대전과 수원은 과기부가, 포항과 나머지 나노 테스트 시설은 산업부가 각각 추진했으며, 나노 테스트 시설이 이렇듯 전국으로 흩어진 데는 지역 균형 개발 차원의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에는 정통부까지 가세해 송도에 반도체 테스트 시설을 만들었으나 처참한 실패로 끝이 났다.
반도체 ‘상생’의 조건-소통과 연결
먼저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모방인 이 시대, 삼성과 SK 하이닉스가 세계 1등을 수성하기 위해선 중소, 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반도체 같은 첨단 업종에서는 제품개발비 지원 같은 도움보다는 대기업에서 앞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뭔지 로드맵을 미리 제시해 주는 소통이 중소기업에게 가장 절실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답안지를 미리 알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할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원문보기
■ 취재 : 선재희 기자
SK 하이닉스, 세계 최초 96단 4D 개발
유례없는 슈퍼 호황을 누리며 대한민국 수출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산업의 쌀 ‘반도체. 10월 16일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올들어 수출액이 천 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이어, 11월 초 SK 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96단 4D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한때 오일이 20세기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이제 데이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선 반도체가 산업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일자리는 협력업체에서 나온다
반도체 강국답게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고, 대통령도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SK 하이닉스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열 정도로 반도체 분야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부문의 일자리는 스마트 공정이 자리잡은 대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의 협력업체에서 더 많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튼튼한 중소, 중견 기업을 만드는 게 우선돼야 한다.
베타 테스트를 할 수가 없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반도체 산업 현장과 학계를 두루 찾아다니며 튼튼한 중소, 중견 기업을 만들기 위한 선제 조건들을 짚어보았는데, 국내 중소, 중견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12인치 웨이퍼 테스트 베드였다. 업체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기초적인 테스트인 알파 테스트는 기업 스스로 한다 해도, 대기업 생산 라인에 들어가서도 제품이 무리없이 작동하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수준의 베타 테스트는 현재로선 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벨기에 IMEC을 가다
규모가 좀 되는 기업들은 제품을 들고 벨기에 IMEC이라는 기관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만들어진지 35년 된 이 기관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재료, 장비 테스트를 도와주고 있었다. IMEC은 단순한 테스트 시설을 넘어, 거대한 R&D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이자 반도체 관련 최신정보를 교류하는 광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었다. 기업인들은 지금이라도 한국형 IMEC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는 따로따로, 시설은 낙후
그렇다면 국내에 있는 반도체 테스트 시설은 어떨까. 국내에는 6개의 나노 테스트 시설이 있는데, 12인치 웨이퍼 기반 테스트 시설을 갖춘 곳은 없었다. 대부분 2005년을 전후로 만들어졌는데, 당시 이미 대기업에서 12인치 웨이퍼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12인치 웨이퍼 테스트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첨단 업종임에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이 낙후돼 있었다. 대전과 수원은 과기부가, 포항과 나머지 나노 테스트 시설은 산업부가 각각 추진했으며, 나노 테스트 시설이 이렇듯 전국으로 흩어진 데는 지역 균형 개발 차원의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에는 정통부까지 가세해 송도에 반도체 테스트 시설을 만들었으나 처참한 실패로 끝이 났다.
반도체 ‘상생’의 조건-소통과 연결
먼저 하면 혁신이고, 늦게 하면 모방인 이 시대, 삼성과 SK 하이닉스가 세계 1등을 수성하기 위해선 중소, 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반도체 같은 첨단 업종에서는 제품개발비 지원 같은 도움보다는 대기업에서 앞으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뭔지 로드맵을 미리 제시해 주는 소통이 중소기업에게 가장 절실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답안지를 미리 알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연구할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원문보기
2019/12/13 16:30
Uploaded By @Gu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