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비온뒤 정진희 PD가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절대 샤워기로 입을 헹구지 마세요.’ 라는 기사 보셨나요? 지난 10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는 “샤워기를 오래 쓰면 물때가 끼는데, 물때 속 결핵균 때문에 샤워기로 가글할 경우 폐가 안 좋은 사람은 급성 비결핵성 폐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후 12일자 국민일보 기사 ‘샤워기 헤드로 입 헹구면 폐가 망가진다?’, 13일차 디스패치 기사 ‘샤워기로 입을 헹구면 폐 질환 걸려서 수명이 단축된다’ 를 비롯해, 인사이트와 채널 A 뉴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를 보도했는데요. 특히 디스패치 기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2천개의 공감과 3천개의 댓글이 달리며 퍼져 나갔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입니다. “무섭다, 샤워기 헤드를 바꿔야겠다”, 혹은 “평생 샤워기로 가글했는데 멀쩡하다”, “세면대에서 물 받아서 양치하는 거랑 무슨 차이냐” 일 텐데요. 이에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일산백병원 호흡기내과 이성순 원장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어제도 샤워기로 가글했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이성순 원장은 우리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었습니다.
결핵이란?
결핵은 ‘결핵균’이라는 세균에 의해서 생기는 감염병입니다. 결핵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중으로 결핵균이 전파되어, 같은 공간 안에 있던 환자가 호흡을 통해 균을 들이마시게 되면서 전염됩니다. 이렇게 결핵환자 1명이 일반인 100명에게 결핵균을 전달한다 가정했을 때, 70명은 선천적인 면역체계를 통해 균의 침투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반면 나머지 30명은 면역체계를 뚫고 결핵균이 들어오지만 그렇다고 모두 결핵에 걸린 것은 아닙니다. 그 중 90%는 대식세포(백혈구의 한 종류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을 먹어서 활동하지 못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에 의해 둘러싸여 잠복 결핵이 됩니다. 잠복 결핵은 이후 면역력이 약해질 때 결핵으로 재발할 수 있으나 그 전에는 전염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은 10%, 즉 100명 중 3명 정도가 결핵에 걸리게 됩니다.
결핵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미열, 식욕부진, 식은땀 등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X-ray와 CT소견, 그리고 가래를 현미경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결핵은 수술없이 6개월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치료비용 역시 모두 국가가 부담합니다.
샤워기 헤드에 결핵균이 섞여서 나올 수 있나요?
‘결핵과’로 묶인 200여개 균 중에서 같은 무리에 속해있지만 앞서 설명한 질병 ‘결핵균’이 아닌 나머지를 ‘비정형결핵균’ 이라 부릅니다. 결핵의 2,30%는 비정형결핵균에 의한 것인데요. 샤워기 줄이나 헤드에는 바이오 필름(일명 ‘물때’)이라는 얇은 막이 있고, 그 안에 많은 균들이 존재합니다. 작년 mBio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전역의 샤워기 헤드 656개의 물때를 긁어와 세균 배양 실험을 한 결과, 물때 세균 중 가장 많이 자라는 것이 비정형결핵균으로 밝혀졌습니다. (Ecological Analyses of Mycobacteria in Showerhead Biofilms and Their Relevance to. Human Health, 2018) 수돗물은 염소로 소독을 하는데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비정형결핵균은 염소로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샤워기 헤드 내 결핵균 검출 정도와 해당 주 결핵 환자의 수에 대한 교차 분석 결과, 두 변수간 양의 상관관계가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샤워기로 입을 헹구면 폐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설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비정형결핵균은 샤워기 헤드 뿐만 아니라 흙, 화분토, 강, 호수, 물 배관, 사우나 등 우리 주변에 흔히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비정형결핵균으로 인한 병일지라도 샤워기헤드만을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매일 샤워기로 입을 헹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선천적인 면역체계로 균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관지확장증, 폐질환(천식), 면역 저하자(당뇨)는 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소독, 혹은 6개월에 한번 헤드 교체를 추천합니다. 소독에 관하여, 100도 이상의 끓는 물에 샤워기 헤드를 담궈 두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은 55도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틀어두기만 한다고 균이 죽지는 않습니다. 식초와 물을 1대 1로 섞어 하루정도 담궈 두는 것도 바이오 필름을 없애는 좋은 방법입니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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